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사람들은 점점 더 쉽게 무관심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악한' 일일까요? 독일 출신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악은 특별히 사악한 사람이 아니라, 생각 없이 행동하는 평범한 사람에 의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녀의 철학이 왜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력한 울림을 주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전체주의와 악의 평범성: 생각 없는 순종의 위험
한나 아렌트는 나치 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유대인 철학자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체주의’와 ‘악’에 대해 깊이 고민했습니다. 그녀는 나치 전범 재판을 취재한 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통해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이라는 충격적인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아이히만은 괴물이 아니었다. 그는 명령을 따랐을 뿐이며, 자기 행위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아이히만은 수많은 유대인을 죽음으로 보냈지만, 재판에서 그는 “나는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렌트는 바로 이 ‘생각 없음(thoughtlessness)’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악이라고 보았습니다. 고등학생 여러분도 한번쯤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선생님이 시켜서”라는 말로 정당화되는 행동은 과연 올바를까요?
행위의 철학: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인간은 존재한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을 단순한 ‘동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인간을 ‘행위하는 존재(animal laborans)’가 아닌, ‘정치적 존재(zōon politikon)’로 보았습니다. 즉, 인간은 노동이나 생존을 넘어서 자유롭게 말하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녀의 대표작인 『인간의 조건』에서는 인간 활동을 세 가지로 나눕니다: 노동(labor), 작업(work), 그리고 행위(action). 이 중 행위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바로 이런 행위의 공간에서 꽃피웁니다.
“우리는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존재를 드러낸다.” –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학교에서도 이런 경험이 있지 않나요? 조용히 있는 사람보다는 발표하고 질문하는 학생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아렌트는 바로 그 ‘행동’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침묵보다는 표현, 무관심보다는 참여가 중요합니다.
공적 영역의 회복: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구분
아렌트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공적 영역(public realm)이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정치나 공동체 문제에 무관심하고, ‘내 할 일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인간은 함께 세상을 만들어가는 존재”라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진정한 자유가 실현된다고 강조했습니다.
SNS나 커뮤니티, 학교 안의 동아리 활동 같은 것도 현대판 ‘공적 영역’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공간에서 책임감 있는 말과 행위가 이루어지는가입니다. 아렌트는 자유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유란 책임을 감수하는 공간에서 태어난다.” – 한나 아렌트
여러분도 각자의 ‘공적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질문하고, 말하고, 토론하는 연습은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성장 그 자체입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드립니다. “당신은 지금, 생각하며 행동하고 있나요? 아니면 남이 시키는 대로 살고 있나요?”
🌿 생각은 철학의 시작이며, 말과 행동은 인간의 조건입니다. 오늘 하루, 생각 있는 행동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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