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걷다가 비를 맞으며 떨고 있는 강아지를 본 적이 있나요? 어떤 사람은 모른 척 지나가지만, 어떤 사람은 발걸음을 멈추고 우산을 씌워주기도 합니다. 왜일까요? 단순한 동정심일 수도 있고, 동물도 도덕적 배려를 받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 벤담의 문제 제기
동물의 권리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18세기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question is not, Can they reason? nor, Can they talk? but, Can they suffer?”
"문제는 그들이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가? 또는 그들이 말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이다." ― 제러미 벤담
벤담은 공리주의 철학자로서,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존재’는 모두 도덕적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이 아닌 존재라도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그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본 것이지요. 이 말은 동물도 도덕적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반려견, 고양이, 심지어 소와 돼지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고통을 피하고자 하듯, 동물도 고통을 겪지 않을 권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피터 싱어와 동물 해방: 종차별주의란 무엇인가?
20세기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저서 『동물 해방』에서 종차별주의(speciesism)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이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처럼, 단지 ‘다른 종(species)’이라는 이유로 도덕적 배려를 달리 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피터 싱어는 공리주의 전통을 따르며,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 중심적인 도덕 체계는 정당하지 않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육식, 동물실험, 공장식 축산 등의 행위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같은 고통은 같은 도덕적 고려를 받아야 한다. 누가 겪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 Peter Singer, 『동물 해방』
이러한 주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윤리적 소비와 채식주의, 동물권 운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단순히 감정적인 동정이 아니라, 철학적 논거에 근거한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동물은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 톰 리건의 권리론
하지만 피터 싱어의 공리주의적 입장은 고통을 줄이는 쪽이라면 어떤 수단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철학자 톰 리건(Tom Regan)은 동물도 인간처럼 “삶의 주체(subject-of-a-life)”이기 때문에 권리를 가진 존재라고 주장합니다.
톰 리건은 동물을 단지 인간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으로 보지 말고, 목적 그 자체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칸트의 윤리학과도 연결되는 사고방식입니다. 동물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선호와 감정을 지닌 존재이므로 인간이 함부로 대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지요.
문학에서도 동물의 권리를 고민하는 장면은 자주 등장합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은 동물들이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며 혁명을 일으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 결과는 인간 사회의 권력 구조를 비판하는 알레고리이지만, 그 시작점에는 동물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이 깔려 있습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 ― George Orwell, 『동물 농장』
이 문장은 인간 사회의 위선을 풍자하면서, 동시에 동물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물음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마무리하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동물이 도덕적 배려를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단지 철학자의 사유에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이 철학은 매일 실천되고 있습니다. 벤담, 피터 싱어, 톰 리건의 철학은 단지 학문적인 논쟁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거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물은 인간과는 다른 존재이지만, 고통을 느끼고 삶을 영위하는 주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동물도 도덕적 배려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나는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난 뒤, 다음 질문을 마음에 새겨보면 어떨까요?
“고통을 느끼는 존재 앞에서, 우리는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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