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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의 주머니

나는 나인가?: 자아와 타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정체성

by 생각하는 유선생 202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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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나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의 기대에 따라 만들어진 사람일까?” 이런 질문을 한 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있지 않나요? 오늘은 자아와 타자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이 어떻게 흔들리고 형성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타자란 누구인가: 나를 비추는 거울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타자”를 단순한 외부 존재가 아닌, 나의 윤리적 책임을 자극하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그는 자아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윤리적 주체로 태어난다고 말합니다. 즉, 우리는 타자의 존재를 통해 '나'를 비로소 자각하게 되는 것이죠.

“타자의 얼굴은 나에게 말한다. 나를 넘어설 것을 요구한다.” - 레비나스, 『전체성과 무한』

이처럼 타자는 나의 거울이자, 나를 이끄는 윤리적 존재입니다. 친구, 가족, 낯선 이 모두가 나의 정체성을 구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입니다.

나는 나일까, 사회가 만든 나일까?

이 질문에 대해 미셸 푸코는 “정체성은 사회가 규율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병원, 감옥, 학교 같은 제도를 통해 인간의 행동과 생각이 관리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우리가 어떤 사람처럼 ‘느끼는 것’조차 사회가 만들어낸 틀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성실한 학생’, ‘조용한 학생’이라는 말이 반복되면 우리는 그 이미지를 내면화하게 됩니다. 그 이미지는 사회가 부여한 정체성이기도 하죠.

푸코는 말합니다. 인간은 자유로운 자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권력의 작동에 의해 정체성이 ‘규율’된 존재일 수 있다고요.

“개인은 권력에 의해 구성된다. 정체성은 자유가 아니라 통제의 산물이다.” - 푸코, 『감시와 처벌』

나를 만든 관계: 마르틴 부버의 ‘만남’ 철학

그렇다면 타자와의 관계는 우리를 단순히 억압하고 규율하기만 할까요? 오스트리아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이 진정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을 ‘나-너’ 관계라고 부르며, 인간은 타자와의 진정한 만남 속에서 자아를 경험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 관계는 ‘목적’이 아닌 ‘존재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눌 때, 계산 없이 서로를 온전히 바라볼 때 우리는 그 순간만큼은 ‘진짜 나’로 존재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나는 너와의 만남 속에서 비로소 나다.” - 부버, 『나와 너』

이러한 철학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자아는 고립된 실체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고요.

마무리하며: 흔들림 속에서 자아는 자란다

레비나스, 푸코, 부버의 철학은 정체성과 자아가 단일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사회적 규율, 만남의 경험 속에서 계속 변화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외부의 영향 없이 스스로를 정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새롭게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타자의 시선 속에서 살아가고 있나요? 그 시선은 여러분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고 있나요? 그리고 그 안에서 여러분은 어떤 모습으로 자신을 지키고 있나요?

이 질문을 마음속에 담고, 다음 편에서는 ‘자유로운 자아’란 과연 가능한 것인지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